계약 기간은 끝났는데 보증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새로 들어갈 집의 잔금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짐을 빼고 전입신고를 옮기면 이 집에 걸어 둔 권리가 어떻게 되는가.처음에는 "언제까지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를 정리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택임대차보호법 전문 53,206자를 열어 놓고 금액을 찾아보니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숫자에 금액 단위가 붙은 표기, 그러니까 "○○만원"이나 "○○억원"이나 "○○원" 같은 자리가 0회다. "만원"과 "억원"은 낱말 자체로도 0회다("원"이라는 글자는 184회 나오지만 위원·공무원·법원처럼 다른 낱말 안에 들어 있는 것이고, 숫자 뒤에 붙어 금액을 가리키는 자리는 없다). 이 법률이 문장으로 직접 정해 둔 것은 금액이 아니라 순서였다. 무엇이 무엇보다 먼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