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죽어도 선덜랜드', EPL 복귀 신화는 현실이 될까?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운명의 2차전 심층 분석

leebaro 2025. 5. 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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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무대가 있다. 바로 잉글랜드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다. 이는 단순히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할 마지막 한 팀을 가리는 것을 넘어, 인간의 꿈, 불굴의 열정, 처절한 좌절, 그리고 폭발적인 환희가 극적으로 응축된 한 편의 대서사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경제적 보상과 세계 최고 리그의 일원이 된다는 비교 불가능한 명예가 걸린 이 무대는 매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하며, 올 시즌 그 서사의 중심에는 유독 많은 사연과 눈물을 간직한 클럽, 선덜랜드 AFC가 당당히 서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 I Die)'를 통해 그들의 처절했던 몰락과 재기를 향한 처절하고도 끈질긴 염원을 전 세계가 지켜본 바, 선덜랜드의 이번 플레이오프 여정은 단순한 축구 경기를 넘어, 한 도시와 충성스러운 공동체의 명운을 건 부활의 찬가로 다가온다.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를 3위부터 6위로 마감한 팀들에게 주어지는, 그야말로 '마지막 한 장의 티켓'을 향한 필사적인 관문이다. 정규 시즌 1, 2위 팀이 자동 승격의 영광을 누리는 동안, 이 네 팀은 각자의 홈과 원정을 오가는 준결승 혈투와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단판 결승전을 통해 단 하나의 EPL행 티켓을 쟁취해야만 한다. 이 결승전은 종종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일 경기'로 묘사되는데, 그 직접적인 가치는 약 1억 7천만 파운드(한화 약 2,800억 원)에서 시작하여, EPL 잔류 시에는 중계권료, 스폰서십, 입장권 수익 증가 등으로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이는 곧 구단의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 영입, 최첨단 훈련 시설 확충, 유소년 아카데미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발판이 됨을 의미한다. 반대로 패배는 또다시 1년의 기약 없는 기다림과 더욱 치열해질 경쟁을 예고하기에, 선수와 팬들이 짊어지는 심리적 압박감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선덜랜드 AFC는 1879년 창단되어 6번의 1부 리그 우승과 2번의 FA컵 우승이라는 빛나는 역사를 보유한, 잉글랜드 북동부 산업 도시의 오랜 자부심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나 영광의 역사 뒤편에는 깊고 어두운 암흑기도 존재했다. 2010년대 후반, 클럽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16-17시즌 EPL에서의 무기력한 최하위 강등에 이어, 다음 시즌 챔피언십에서도 연이어 최하위를 기록하며 리그 원(3부 리그)까지 추락하는 '백투백 강등'이라는 전례 없는 치욕을 겪었다. 과거 조선업과 탄광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전통 산업이 쇠퇴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도시 선덜랜드에게, 축구 클럽의 이러한 몰락은 단순한 스포츠팀의 부진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정체성과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바로 이 절망적인 시기를 배경으로 제작된 '죽어도 선덜랜드'는 성공 신화나 영웅담이 아닌,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변치 않는 팬들의 숭고한 헌신과 지역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를 카메라에 진솔하게 담아내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나 짜릿한 승리의 환호보다는, 평범한 노동자 계층 팬들의 삶과 축구가 어떻게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얽혀 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선덜랜드를 단순한 축구팀을 넘어 인간적인 연민과 진심 어린 응원을 받는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격상시켰다.

리그 원에서의 혹독했던 4년간의 암중모색 끝에 2021-22시즌 플레이오프를 통해 감격적인 챔피언십 복귀를 이뤄낸 선덜랜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토니 모브레이 감독의 지휘 아래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의 변모를 꾀했다. 모브레이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임대해 온 '코트디부아르의 마법사' 아마드 디알로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최전선에서 이끌어냈고, 클럽 유스 시스템이 배출한 댄 닐, 앤서니 패터슨, 그리고 최근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피에르 에콰 같은 젊은 보석들에게 꾸준한 신뢰와 기회를 부여하며 팀의 현재와 밝은 미래를 동시에 설계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팀의 핵심 공격수였던 로스 스튜어트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장기 부상으로 이탈하는 치명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팀은 한때 5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마저 회의적으로 변해가던 절체절명의 순간, 선수단은 놀라운 정신력과 투혼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리그 최종전 프레스턴 노스 엔드를 상대로 극적인 3-0 대승을 거머쥐며 4위 자리를 확보, 기적적으로 플레이오프행 막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맞이한 코번트리 시티(5위)와의 플레이오프 준결승 1차전. 원정이라는 불리함과 최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에이스' 잭 클라크의 감각적인 선제골과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조커' 엘리에세르 마옌다의 천금 같은 결승골은 선덜랜드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그리고 그들의 EPL을 향한 꿈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증명하는 위대한 순간이었다. 이 2-1 승리는 단순한 결과 이상의 의미, 즉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강력한 자기 확신과 함께 드라마틱한 반전의 서막을 알리는 웅장한 신호탄이었다.

이제 모든 운명의 추는 선덜랜드의 심장이자 영혼의 안식처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빛의 구장)'로 향한다. 약 4만 8천여 명의 홈 팬들이 일제히 뿜어낼 붉고 흰 함성과 열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파동이 되어 경기장을 뒤덮을 것이다. 원정 다득점 원칙이 폐지된 현행 규정상, 선덜랜드는 이 경기에서 패배하지만 않는다면 (즉, 무승부 이상을 거둔다면) 무려 9년 만의 웸블리 결승 진출이라는 감격적인 쾌거를 달성하게 된다. '죽어도 선덜랜드'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것처럼, 선덜랜드 팬들의 지지와 충성심은 거의 종교적일 만큼 맹목적이고 열정적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울려 퍼지는 그들의 우렁찬 응원가와 선수 한 명 한 명의 몸짓에 보내는 뜨거운 격려는 상대 팀에게는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과 공포심을, 홈팀 선수들에게는 평소의 한계를 초월하는 엄청난 투지와 에너지를 불어넣는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이곳에서 팬들은 단순한 관중이 아니라,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승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진정한 '12번째 선수' 그 자체인 것이다.

만약 선덜랜드가 까다로운 상대인 코번트리 시티의 거센 도전을 성공적으로 뿌리치고 결승 무대에 오른다면, 그들을 기다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대는 정규리그 3위이자 이미 준결승 1차전에서 브리스톨 시티를 상대로 압도적인 원정 승리를 거둔 셰필드 유나이티드다. 최근까지 EPL 무대에서 경쟁했던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경험과 탄탄한 전력을 두루 갖춘 강력한 팀으로, 축구의 성지 웸블리에서 펼쳐질 이들의 최종전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건 '단판 승부'의 진수를 보여줄 숨 막히는 혈투가 될 것이다. 선덜랜드에게 EPL 승격은 과거의 암울했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고 클럽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 수 있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막대한 재정적 풍요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수년간 실망과 좌절을 맛보았던 도시 전체에 새로운 희망과 활기를 불어넣고, 오랜 시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충성스러운 팬들에게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부심과 감격적인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클럽의 장기적인 비전 실현과 지속적인 발전에 결정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다.

선덜랜드의 EPL 복귀를 향한 감동적인 드라마는 아직 클라이맥스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그 결말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1차전 승리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축구공은 언제나 둥글고, 단기 토너먼트인 플레이오프 무대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이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과연 선덜랜드는 '죽어도 선덜랜드'라는 다큐멘터리가 전 세계에 보여주었던 그 불굴의 정신과 끈기를 현실의 그라운드에서 남김없이 증명하며, 꿈에 그리던 EPL 무대로의 화려한 귀환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마침내 완성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수많은 축구 팬들의 뜨거운 시선이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된 가운데, 그들의 끝나지 않은 여정이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지, 마지막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숨 막히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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