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독일 총리 메르츠의 초기 외교: 우크라이나 평화 모색과 '트럼프 변수' 관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신임 독일 총리가 취임 직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라는 핵심 국제 현안에 전광석화처럼 집중하는 모습은 독일 외교의 새로운 무게중심을 예고합니다. 기독민주연합(CDU) 소속인 메르츠 총리는 취임 사흘 만에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미국 정계의 거물이자 차기 대선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연이어 소통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전략적인 이 일련의 통화는 단순한 의례적 외교를 넘어,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복잡한 국제 역학 관계 속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행보입니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시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선제적 대화는 향후 독일 및 유럽 안보 전략의 핵심 축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시그널로 해석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메르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독일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는 변함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대화의 초점은 러시아의 침략을 종식시키고 지속 가능한 평화로 나아갈 '평화 협정'의 실질적인 경로를 탐색하는 데 맞춰졌습니다. 양 정상은 러시아가 의미 있는 평화 협상에 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제시하는 '침략 중단 및 철군 선행'이라는 협상 전제 조건에 독일이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며 중재 가능성을 내비쳐왔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서방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트럼프의 중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는 것은 외교적 돌파구 마련의 절실함을 반영합니다. 독일 역시 이러한 트럼프의 잠재적 역할을 단순히 배제하지 않고, 다층적인 외교 틀 안에서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타진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군사적 지원과 더불어 외교적 해법 모색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독일의 다면적인 전략을 시사합니다.

젤렌스키와의 통화 직후 이뤄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화는 메르츠 총리 외교 행보의 전략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과거 메르츠 총리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독일 극우 정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거리를 두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통화는 과거의 앙금보다 당면한 현실적 과제 해결에 집중하는 실용주의가 전면에 나섰음을 의미합니다. 양측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구적 평화'를 위한 독일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차기 미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계속 관여할 의사가 있으며, 독일과 같은 주요 유럽 파트너와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평화' 구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회복과 철군을 평화의 전제로 삼는 반면, 트럼프는 영토적 양보를 통한 신속한 종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잠재적 입장 차이는 향후 독일과 미국 간의 미묘한 조율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따라서 독일이 트럼프와 선제적으로 대화 채널을 구축한 것은 그의 잠재적 정책 방향을 파악하고, 독일 및 유럽 연합의 안보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필수적인 대서양 동맹 관계를 유지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나토와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관점이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독일이 주요 유럽국으로서 이처럼 현실적이고 영리한 외교적 행보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합니다.

메르츠 총리의 취임은 독일 국내 정치의 변화와 맞물려 독일의 대외 정책에 보다 명확하고 단호한 방향 전환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CDU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서방 동맹과 국방력 강화를 중시해왔습니다. 숄츠 정부의 '제차이트벤데(시대사적 전환)' 선언 이후 국방비 증액 등 변화가 있었지만, 메르츠는 러시아 침공을 분명히 규정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포함한 강경론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대러시아 압박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트럼프와의 소통은 유럽의 자체 안보 역량 강화 노력과 별개로,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이 유럽 안보에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서양 양안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으며, 독일 새 정부는 이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핵심 과제로 삼을 것입니다.

안보 이슈 와중에도 메르츠 총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국 통상 분쟁의 조속한 해결에 합의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양국 간 무역 마찰은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고 재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무역 장벽 완화와 경제 협력 강화는 필수적입니다. 이는 안보와 경제가 불가분임을 보여주며, 독일 새 정부가 국익 보호에 힘쓰는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를 다방면에서 개선하려는 의지를 시사합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취임 초 외교 행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시급한 과제에 대한 집중도와, 불확실한 국제 질서 속에서 독일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젤렌스키와의 연대 확인, 트럼프와의 선제적 소통은 모두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특히 트럼프와의 대화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국제 판세에 독일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대처하려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독일 새 정부의 이러한 적극적인 외교 노력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전쟁의 흐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길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메르츠 총리가 앞으로 주도할 독일 외교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미래, 나아가 대서양 관계 안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독일의 새로운 리더십이 던진 외교적 메시지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